게임

(PS5) 스텔라 블레이드 감상평

쭈걸량 2024. 6. 30. 15:49

스텔라 블레이드(2024)

 

 

인터넷이라는 도구가 출현한 이후 활자로 인쇄된 책은 이제 힘이 많이 빠졌다.

게임잡지를 발간하던 각종 매거진은 웹진으로 포지션을 변경하여 

우리는 게임에 대한 평과 각종 공략을 이제 책이 아닌 모니터로 본다.

시간이 흐르고 게임에 대한 웹진의 평가를 취합하여 평균을 내는 사이트가 생겨난다.

이를테면 메타크리틱과 오픈크리틱이 바로 그것이다.

 

이 평균치의 합이 좋은 점수라면 이른바 Must  Have급의 명작이 되며

게이머들은 안심하고 지갑을 여는데 주저함이 없어진다.

웹진들의 평가가 이제 게임 제작사의 갑이 되었고

이제는 그들의 평가에 따라 수익의 존망이 달린 바로 그런 시대인 것이다.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게임의 가격은 근 30년 이상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지만

게임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난 지금

순수하게 게임의 퀄리티에 집중하는 회사는 이제 몇 없을지도 모른다.

웹진들에게 소비자들보다도 먼저 리뷰를 위한 게임이 제공되어야 할 것이고

모르긴 몰라도 AAA급 제작사들은 그들에게 부가적인 금전을 제공해야 할

그런 로비도 필요할지도 모를 일이다.

게이머라는 최종 소비자를 만나기도 전에 평가라는 문턱에서

이제 웹진들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정도로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전에는 그랬다. 

웹진의 평론가들도 평론을 하기 이전에 게이머였기에 

대략 그들 평가의 평균이 일반 게이머의 반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독이 퍼지기 전까지는...

 

 

 

 

 

0123
왜 우리는 내돈주고 불편함을 사야 하는가?

 

체감상 최근 몇년간 게임과 영화시장의 뜨거운 화두 중 하나가

PC, 즉 정치적 올바름이다.

 

여기에 전도되어 절여진 사람들이 제작과 평론에 스며들다 보니

게임의 재미, 예를 들어 서사나 그래픽, 사운드 같은 요소 위에

PC가 첨가되고 첨가를 넘어 소비자에게 기계적인 강요가 나오다보니

이제는 그들의 행태에 반사적으로 토악질이 나올 지경이다.

 

 

현생 살기 힘든 나로서는, 저녁 맥주 한잔 하며 게임하는게 낙인 나로서는

레즈비언의 연애에 관심도 없고, 내가 사랑했던 주인공을 골프채로 쳐죽인

감정이입 0도 안되는 못생긴 여자의 짐승같은 섹스 장면을

게임 속에선 보고 싶지 않다.

그리고 같잖은 언변으로 게이머들을 가르치려하는 제작사의 태도와

웹진의 평론은 더더욱 사양하고 싶다.

 

여러 게이머들이 동의하겠지만 소니 퍼스트 파티인 너티독에서

2020년에 출시한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 출시는

게임 역사상 큰 폭발과도 같던 사건이었다.

 

너티독은 게이머들의 반발을 이런식의 피드백한 덕분에 한순간 평판이 나락을 갔다.

 

이 엿같던 게임은 우리가 그간 의심치 않았던 절대 신앙과 같던 웹진들과

절대 명작을 낼 것 같았던 AAA급의 제작사에 대한 기대치를 일거에 무너뜨렸다. 

 

내 체감상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는

웹진의 말도 않되는 고평가와 현생 사는 게이머들의 저평가

그 간극이 가장 크고 명확한 게임이었다.

 

 

 

 

 

 

 

 

 

 

` 1회차 /  53 시간 플레이 / 서브퀘 및 코스츔 수집 완료

 

 

서론이 좀 길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반대로,

스텔라 블레이드는 일부 웹진들의 악의적 저평가와 달리

개인적으로 높은 평가를 주고 싶은 그런 나이스한

게임다운 게임이다.

 

몇가지로 나눠서 소감을 말해보자면

 

첫번째, 최상급 그래픽과 아름다운 아트워크가 훌륭하다.

너무나 개성넘치는 서브 캐릭터들과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표현한 배경,

더블어 게임 내에서 네이티브라 일컫는 괴물의 디자인 등

전체적으로 흠 잡을 곳이 없다. 

더더군다나 플레이 스테이션 단일 플랫폼으로만 출시되는 독점작이라

상대적으로 프레임 저하 없이 최적화가 잘 되어있다.

 

 

두번째, 액션이 훌륭하다.

공격을 정확한 프레임 안에 막는 퍼팩트 페링과

공격을 정확한 프레임 안에 피하는 퍼팩트 닷지 두 시스템을 활용한

버스트와 베타 기술의 손맛과 타격음도 경쾌하다. 

소율류, 특히 세키로에서  차용한 듯한 체간이나 갓 오브 워 느낌의 기술 업그레이드,

데빌 메이 크라이 느낌의 필드 전투 등 여기 저기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인데

그게 맛있게 잘 버무려졌다.

더불어 입력 판정을 빡빡하게 안두어 연타해도 퍼펙트 패링이 가능하여

마치 내가 수준급의 콘트롤 능력을 가진 게이머로 착각하게 만든 것도 맘에 든다.

 

 

 

 

세번째, 대놓고 표현한 주인공 캐릭터 이브의 성적인 매력.

누구처럼 못생기지 않았고 누구처럼 뚱뚱하지도 않다.

극한의 이상향으로 치닫는 여체의 아름다움 그리고 섹슈얼리티.

언제부터 게임에서 이쁘고 풍만하고 살결을 드러내는 것이 죄악이었단 말인가?

제작사 시프트 업의 대표 김형태의 우직함이 아니었다면 나올 수 없었다 이건.

그의 트랜드 역행에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

더불어 데이터 쪼가리 하나라도 팔아먹는 시대에

무려 70여 가지나 게임상에서 코스츔을 구할 수 있는 혜자로움은 덤이다!

가장 좋아하는 의상 블랙펄. 란제리는 중요한 문제다!
유교국가라고 하지만 겜속에서까지 얌전 떨 필요는 없다. 김형태는 우리가 원하는게 뭔지 잘 안다.

 

 

 

물론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두어가지 짚어보자면.

첫번째, 성우의 어색함.

그간 한국어로 더빙된 게 게임이 정말 손으로 꼽을 정도로 가지수가 적은 상황에서

더빙 자체는 너무 고맙고 성우들 목소리도 예쁘지만

연기와 상황이 매치가 잘 안된다. 클럽에서 시를 낭송하는 느낌이랄까.

 

두번째, 배경음악

앞전 성우들 더빙과 마찬가지로 소리는 참 좋은데 상황이 적절치 않다.

사막 한가운데서 괴물들 때려잡느라 이리뛰고 저리뛰고 하는 판에

배경음은 달달한 보컬이 담긴 소프트한 모던락이 흘러나온다.

둠 시리즈를 보면 알겠지만 이 배경음 하나가 게이머의 아드레날린을 좌우한다.

게임에 맞는 음악이면 족한거지 게임에서 명반을 찾으려는게 아니다.

(게임과 어울리는 것과 별개로 노래들이 좋아서 OST 나오면 살 의향이 있다)

 

 

나는 스텔라 블레이드를 애국심에 발로해서 구입을 하지 않았다.

공장형 리니지 라이크 게임만 주구장창 찍어내는 울나라 게임제작사에 차라리 반감이  더 컸지.

(1994년 그러니깐 지금으로 30년 전에 "피와 기티" 패키지가

내 처음이자 마지막 국산 게임 구입이었다.)

애초에 관심도 없었다. 하지만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며 웹진의 평가에 대한

게이머들의 반발을 보면서 그 내용이 뭘까 궁금했을 뿐.

 

마무리하자면 나는 이 게임은 몇몇 아쉬움이 있지만

그럼에도 훌륭한 액션 어드벤쳐 게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액션이 액션다운, 캐릭터가 캐릭다운, 게임이 게임다운.

근 5년동안 내가 해봤던 액션 게임중에 시리즈가 아닌 신규 IP로

이정도로 감탄하고 즐겁게 플레이한건 아마 고스트 오브 쓰시마 정도가 아니었던가.

 

시프트업은 몇가지만 수정하고 보태어도 충분히 훗날을 장담할 수 있는새로운  IP를 얻었다.

또한 그들의 콘솔을 향해 빼든  첫번째 칼 스텔라 블레이드는 본인들의 의도야 어떻든간에

그간 망할 PC에 잠식당하고 억까당하던 게임 시장에 강력한 카운터를 먹였다.

 

김형태 대표의 다음 구상작이 뭘지 꽤나(너무나) 기다려진다.

 

좌 코지마 히데오, 우 김형태 / 코지마 감독도 인정한 김형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