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음반

에이치투오(H2O) - 4집 Boiling Point(2004)

쭈걸량 2023. 1. 13. 10:43

 

저주받은 걸작, 한국 모던락의 태동이라 평가를 받는 그들의 세번째 앨범 오늘 나는 이후 11년.

 

오직 원년멤버인 보컬 김준원이 간판만 남은 밴드를 우직하게 홀로 지키는 상태에서 무언가 번뜩임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 이제는 참신함은 많이 떨어지지 않나라는 생각에 궁금은 했지만 감히 들어볼 생각은 나지 않았던 H2O의 네번째 앨범이다.

 

강기영과 박현준의 빈자리를 대신하여 보컬 김준원과 새롭게 합을 맞춘 이는 기타리스트 타미김 그리고 베이시스트 김영진. 이 두분이야 워낙에 탄탄한 실력으로 정평이 나있는 터라 연주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지만 유행과는 먼, 그리하여 노래들이 고리타분하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스멀스멀 생기더라.

 

과연 이들이 들려주고픈 노래는 무엇이었을까하고 걱정반 기대반에 한바퀴 돌렸을 때 생각지도 않게 귀에 전해지는 청량감. 뭔가 세월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슬로템포의 그 무엇이 아닐까라는 상상을 멋지게 깨버리고 산뜻한 질주감을 선보인다. 굳이 그 감각을 정리하자면 머리를 단정히 깎고 "오늘 나는"을 노래하던 시절보다는 갈기를 휘날리며 까랑까랑하게 안개도시를 질러대던 H2O의 데뷔시절에 가까운 느낌이다. 결국은 연식에 상관없이 짬은 어딜 가지 않으며 이들의 근본은 피끓는 락커였다.

 

다시 처음으로 이야기가 돌아와 H2O가 문제작 오늘 나는으로 재조명되고 한국 모던락의 계보의 조상님 대접을 받지만 여전히 그들은 변방이고 그들의 이름을 아는 사람보단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은게 현실이다. 네번째 앨범 발매때도 제대로 된 홍보도 없이 세간의 관심밖으로 사라져갔다. 하지만 곡의 완성도는 차치하고서라도 김준원의 중저음톤은 여전히 섹시하고 절재된 듯 하지만 상남자의 멋이 담뿍 담겨있다. 확실한 건 그냥 지나치기엔 좀 아까운 앨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