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 칼 세이건

쭈걸량 2024. 2. 22. 21:06

 

 

80년대 코흘리개 시절, 추억을 더듬어보자면 하얀 구름과 파란 하늘 정말이지 머리 위의 풍경은 지금과 비할 수 없이 맑고 아름다웠다. 뭐 그때는 중국발 황사라는 개념이 생기기 전이었으니...바람 한점 없는 고요한 시골에서의 밤, 쏟아질 듯 반짝이던 수 많은 별들을 평상 마루에 누워 보면서 항상 가진 단순한 의문은 "저기 별에 가면 뭐가 있지?"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저 드넓은 하늘에 대한 관심은  나처럼 여기서 그치고 말지만 극소수는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을 업으로 살고 우리는 그들을 천문학자로 부른다. 코스모스는 그 천문학의 거목, 칼 세이건이 들려주는 우주 여행기이다.

 

지구에서 태양계로, 태양계서 은하로, 은하에서 은하군으로... 다시 역으로 시야를 바꿔 분자 하나와 원자까지. 거시와 미시,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칼 세이건이 인도하는 코스모스 여행은 참으로 유쾌한 경험이었다. 물론 그 여행 안내 책자에는 특수상대성 이론같이 설명해줘도 나같은 범부의 귀에는 이게 당최 먼소리인지 하는 코스도 일부 있지만 말이다.

 

과학의 발전으로 우리가 당연하다고 느끼는 현재의 호사가 고대 그리스부터 중세를 지나 현대까지 극소수의 현인들이 시대의 편견과 억압을 이겨내며 얼마나 어렵사리 이어와 이루어 온건지, 그게 또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칼 세이건은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억겁같은 우주의 시간에 비하면 얼마나 찰나의 순간인지, 앞으로 밝혀야 할 미지의  세계들이 얼마나 많이 남아있는지도 그는 설명한다.

 

지구와 인간에게 남은 시간은 유한하고 먼 훗날 지구의 수명이 다하는 그 언젠가... 그 시점에도 우리의 후손이 남아있다면 성간 여행은 필수적인 선택이 될 것을 예고하면서 그러자면 인류는 다시 한번 진화를 이룩해야한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그것은 핵전쟁과 독재, 학살과 멸시 같은 아직 인류의 원시적인 뇌와 DNA에 새겨진 본능을 벗어나 이제 세계는 국가와 인종이 아닌 범지구적인 연대를 이루고 우주적 시야를 가져야 할 것이며, 이것만이 자기파괴를 통한 인류멸망을 벗어나는 길임을 간곡히 호소하며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코스모스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 표지를 덮고나니 나지막한 한숨이 몰려나온다. 칼 세이건, 이분의 가슴에 담겨있던 생각과 의지, 따스하고 올곧은 성정이 얼마나 큰 것인지. 새삼 위대한 석학의 그릇은 정말 차원을 가늠하기 힘든 크기임을 절감케한다.

 

 

 

 

 

 

읽고 그만두기를 서너번 결국 1회독을 마무리했다. 시야가 이미 하늘 끝에 다다른 분이 마지막에 남기는 글은 어떤 심정을 담았을까? 문득 칼 세이건 교수의 생에 마지막 작품인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을 보고 싶다. 올해 안에 한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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